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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이야기 외1편 / 김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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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31

 

▲     © 시인뉴스 Poem



모감주나무 이야기

 

 

당신 가슴의 잎들이 속잎을 벗겨내는 밤이다

 

쐐기풀을 뜯어 옷을 만들어야하는 사람같이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더는 가지 못하고

 

언제부턴가 몸 안에서 새가 울었다

 

가슴에 꽉 찬 물소리에서 붉은 빛이 났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별처럼 지난 이야기가 어떤 고백을 끝낸다

 

처음부터 없었던 생이라고 백지에 쓰면 사물들은 가벼워지는데 군데군데 구멍 난 당신의 못자국을 통해 일요일의 해가 뜬다

 

곧 떠날 나라의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새

 

떨어뜨려야 할 것들이 많아 서 있는 바람들

모든 일은 한결같이 일어났지만

 

 

당신의 얼굴을 본적이 없어서 다만 기다릴 뿐

 

금요일 저녁까지 서 있어야 할까

 

찬바람 사이 모감주나무가 흔들리고, 어딘가에서 당신은 오고 있다

나는 캄캄해지고 환해지고

 

 

 

 

 

 

마사의 침묵

 

 

마사는 백년 전 멸종된 나그네비둘기의 암컷

박물관에서 긴 잠 자네

 

새떼가 블루베리 숲을 지날 때면

얇은 새 가슴살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

총을 겨누며 기다렸다는데

나그네비둘기는 어느 날 홀연히 사라졌다네

 

고압전선에 앉아 있는 산비둘기

사라지지 않기 위해 두 발을 구름에 묶나

곧 녹아내릴 구름인데

날개를 접어 다시 숨을 고르나

 

그리워라, 참을 수 없는 블루베리 맛

수북이 쌓인 먼지를 털며 마사가 언덕을 오르네

 

블루베리 숲에서 사랑하고

그 사랑 잃어버리고

믿었던 일들이 모두 새어나간 둥지에서

 

당신의 고독을 위해 가슴살을 떼어 줄까

 

그 숲에 가면 가슴 없는 새들이 둘러앉아 있을까

각자의 가슴에 얼굴을 숨기고

 

아주 멀리 떨어진 곳 위로가 닿지 않는 곳으로

마사는 날아갔을까

 

 

 

 

 

*김정임 약력

2002년 계간 <미네르바> 등단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붉은사슴동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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