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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비엣* 외1편 / 강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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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31

 

▲     © 시인뉴스 Poem



쁘리비엣* / 강지희

 

 

밤은 안녕한가

해바라기에게 묻는다

 

쁘리비엣

 

강력하고 짜릿한 보드카 도수만큼

어둠으로 날아올라 보았는가를

광장의 비둘기에게 묻는다

 

쓸쓸한 어깨와 쓸쓸해진 어깨가 겹치면

부풀어 오르는 달무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걷는다

 

숨 쉰다는 것은

믿음의 저녁 산책로를 가졌다는 것인데

자정에 우리는 무엇을 향해 걷고 있었던가

 

풍경 속 방을 풍경 바깥으로 옮겨 놓고

서로 다른 격자창을 가진 채

또 우리는 어디서 희열을 찾고 있었던가

 

더 깊숙이 가라앉기 위해서

독한 술잔 돌리는 건 아닐까

 

금세 잊힐 사람들과

똑같은 반목 거듭하면서

쁘리비엣 하고 뜨겁게 건네는 인사

 

어쩌면 이건 오해일 수도

오해가 아닐 수도

아주, 일상적일 수도

 

*러시아 말로 안녕!

 

 

 

 

직벽을 긁다 / 강지희

 

 

어려운 일이 아니지 난간 위 허공으로 돌아가는 일은

 

철커덕 잠긴 문을 두드리면 새소리가 나지,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지, 한동안 버건디 네일에 덮여있다 해도 방은 긁으면 긁을수록 더 붉은 새소리를 내지. 손톱이 새를 감춘 실핏줄의 방이라면 손가락은 그 방을 둘러싼 네 개의 벽, 나는 계절마다 방의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기거나 계절과 무관하게 새들이 좋아할 벽지로 도배를 하지. 물총새 좀 몰아본 여자처럼 열 개의 방마다 암호를 새기지. 미로 같은 골목마다 휘파람 불어, 새를 불러들일 수 있을 만큼 모이를 뿌리지

 

깃털 빠진 새가 하나 둘 날개 밑에 구름을 사려 넣을 때 주르르 긁어 갈라진 벽 틈새에서 손톱은 담쟁이 줄기처럼 새파랗게 돋아나지

 

 

 

약력

강지희

2009문화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파랑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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