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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등외1편 / 임상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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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30

 

▲     © 시인뉴스 Poem



풍등

 

임상갑

 

 

 

눈이 하얗게 쌓여

땅과 하늘의 경계를 분간 할 수 없는

끝 저기

쇠약해진 말()들이 풍등에 실려

날아가 불꽃으로 사위어가는 밤이다

 

회색빛을 몽땅 머금고 있는

하늘은 어둡고 밤은 축축하다

망초처럼 함부로 밟히며 살아온 날들

풍등 같은 텅 빈 가슴 안고 내일이면

아버지가 요양원으로 가는 날이다

 

마른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걷지 못해 미안하다는 듯

슬퍼 할 것 없다는 듯

아버지의 눈동자가 젖어 있다

막걸리 한 대접 따라드리고

밖으로 나와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본다

 

산 아래 장 씨 집 축사에서

어미와 떨어진 송아지가

밤새 울고 있다

 

 

 

   

 

나비

(로드킬)

 

 

 

 

 

길도 잠을 자고 있었다

소리 나지 않게 조심조심

고양이가 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에서 자동차의 앞바퀴가 잠시 휘청 거렸다

인도 위에서 블록들이 놀라 움찔거리다가 제자리로 오고

이네 조용해졌다

 

비가 내린 아스팔트가 붉게 더욱 검어졌다

잠시 출렁거렸던 가로수와 불빛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해 졌다

그들의 침묵이 죽음을 하나씩 보탤 때마다

고양이는 허리가 꺾인 채 평평하게 길을 만들고 있었다

 

아침이 지나고 대낮이 지나 다시 밤이 되자

고양이는 민달팽이처럼 느리게 숨을 거둬들이고

비에 젖은 날개를 퍼덕이며 나비되어 하늘로 날아갔다

 

제 몸 하나만큼의 길을 만들며

 

 

 

  

 

임상갑 시인

2016불교문예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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