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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로 뛰어든 개구리를 보고는 / 박완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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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29

 

▲     © 시인뉴스 Poem



물로 뛰어든 개구리를 보고는

 

박완호

 

 

 

뱀 한 마리가 입을 꾹 다문 채 숲으로 달아난다.

 

무언가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가늘고 긴 그림자가 나무의 기억을 훑고 지나갔다.

 

누군가를 비워낸 자리가 아직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오늘의 나는,

 

박완호

 

 

 

오늘의 나는, 정류장에 멈추지 못하는 여섯 칸짜리 전동열차처럼 문득 서러워집니다 칸칸이 가득 찬 슬픔을 하나도 부리지 못한 열차의 꼬리가 조바심을 내며 급한 커브를 돌아갈 때 누군가 서 있을 쪽으로 한꺼번에 쏠리는 마음까지야 어떻게 할까요 당신 이름을 떠올리기만 해도 지나온 날들이 전부 한쪽으로 기울어가듯 세상에는 닮은 이름을 지닌 길들이 얼마나 많던가요 은하수를 수놓은 뭇별들만큼이나 당신과 나 사이는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간이역들로 가득하지요 바퀴가 멈춰 서지 못하는 역들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플랫폼 모서리의 이름 벗겨진 푯말처럼 점점 흐릿해집니다 커피냄새 번지는 역무실 창가를 서성이고 있었을 키 작은 그림자, 나는 오래 한 자리를 맴돌다 가는 철새들을 따라 한꺼번에 야위어 갑니다 아무데도 내리지 못하는 마음을 태우고 어딘가를 달리고 있을 열차에는 누군가 덜컹거리는 차창에 이마를 대고 사선으로 비껴가는 나무들을 헤아리고 있을까요 속도를 놓친 계기판의 바늘마냥 오늘의 나는 어디로도 가 닿지 못하는 속마음을 들켜가며 어제처럼 흔들리는 중입니다

 

 

 

박완호: 1991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 기억을 만난 적 있나요?』『너무 많은 당신』『물의 낯에 지문을 새기다

아내의 문신』『염소의 허기가 세상을 흔든다』『내 안의 흔들림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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