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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을 본다 외1편 /이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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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28

 

▲     © 시인뉴스 Poem



나팔꽃을 본다/이혜민

 

 

공사장 판넬에 앉아서 무심히 본다

덩굴 사이 빠끔히 비집고

눈 비비며 웃고 있는 너를

 

왜 하필 너는 가시 돋친 덩굴장미를 만났을까

그것도 언덕이라고

잘도 비벼대며 살고 있구나

 

아줌씨, 그냥 돌아가야 쓰겄어

오늘도 일이 없네 그랴

 

캄캄한 새벽

어금니에 힘주며 돌아선다

누가 있어 이 손을 잡아줄 것인가

 

장미덩굴에 몸 실은 나팔꽃이 무심히

나를 넘겨다본다

 

 

    

 

 

 

 

날아봐/이혜민

 

 

상기된 해가 담장 밖에 숨어 고개를

보일락 말락 내민다

고추잠자리는 목마름에 지친 여자 같다 밤새

 

눈물 젖은 날개를 덮고 누워 있던 잠자리가

내 핏발선 눈 속으로 뛰어든다

나는 엄지와 검지를 민첩하게 욕정처럼 벌리고

잠자리 날갯죽지를 삼켜버린다

 

잠자리가 사지를 바르르 떨더니 뒤집혀진 배 위로

가느다란 손가락을 기도하듯 모으고

연신 비벼댄다

 

내 감옥 속에 갇힌 잠자리는 숨을 멎은 듯하다

나는 누구도 눈치재지 못하도록 살짝

다리 하나를 비튼다 툭,

 

천길 나락 내 발등으로 떨어진 잠자리는

움직이질 않는다

 

거침없이 날아다녔던 생의 욕구는 그렇게

자취도 없이 도도하게 사라진다

 

 

 

 

 

* 약력

 

경기도 여주 출생

2003년도 문학과 비평 등단

2006년 경기문화재단과

2018년 성남문화발전기금 수혜로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나를 깁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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