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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들 외1편 / 심우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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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28

 

▲     © 시인뉴스 Poem



잎들

        심우기

 

 

전봇대가 울고 있다

대낮 아무도 없는 벌판에 서서

 

검은 나무 전봇대에 앉은 쇠딱따구리
하늘로 날지 않는 까닭은

불가역과 불통의 모르스부호

한바탕 소동 일으키기 위해
나무 이파리를 흰 종이 위에 두고 두드린다


이면에 배어나는 빛깔
푸르거나 누렇거나 붉은
가장자리를 두드릴 때 옅은 슬픔이 묻어나고
잎맥과 잎맥 사이
응축되었던 눈물샘 터진다 

 

두드린 귓속에서 바퀴가 굴러 나오고

읽어 내지 못한 말소리가 배어 나온다

 

검은 종이에 찍힌 흰 자국은 까마귀의 밀어

어쩌다 놓친 돌덩이가 자기 발등을 찍어

핏빛 어린 발자취를 지상에 남기려나

 

전봇대가 싹을 틔우고

죽음을  뒤엎고 잎들이 비집고 나온다면

펼쳐보면 울긋불긋한

해독하려 애써도 소용없는

전봇대의 저 울음처럼

 

 

 

 

  

 

 

 

콩나물

 

 

흰 행주를 걷으면

물음표로 가득한 얼굴들이 빼곡하다

호기심을 문 얼굴
새로움으로 빛나는 얼굴들
선생님이 몇 번을 말하지만 너에겐 모두가 처음
아무 것도 몰라요
왜 그래야 하는지
당연은 뭐고 불법은 뭐죠
거룩한 성직자가 엄숙히 선포해도

신은 무엇이고 귀신은 무언지요
죽음은 무어고 왜 살지요
행복한가요

꿈은 뭔가요 묻지 마세요
그런 것도 몰라요
하루가 즐거우면 좋아요
배 부르면 쭉쭉 자라고

미지로 가득한 세상

저는요 맹물만으로도 살 수 있어요

 

 

 

 

 

 

 

 

*심우기

 

2011년 시문학 등단

2012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13년 첫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가지 방법출간

2014년 첫시집 세종우수도서 선정

2016년 영미번역시집 그대여 내사랑을 읽어다오출간

시집밀사, 공저 첫눈 오는 날

2019년 전자시집 얼음 불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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