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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외9편 / 김은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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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13

 

▲     © 시인뉴스 Poem



산다는 것은

 

김은희

 

 

수많은 세월이 제자리를 맴돌며

복잡한 미로가 있고

미로 한가운데에 서 있다

스스로에게 물어보며

길을 찾는 것이다

 

아무런 가치 없는 것들에 매달려 있었고

미련과 애증에 머물러 있었으며

결단을 이끌어 내기까지는 많은 고통과

노고와 인내와 지혜가 필요한 것이며

제일 필요한 때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묻고, 삼라만상에게 묻고,

책들에게 묻고 알지도 못하는 길을 간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묻는 것이다

 

오랜 방황과 기다림 끝에 길은 보일 듯 보일 듯

조금씩 흐릿하게 형체를 드러낸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으며

해야 할 일을 즐겁고 기꺼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이제는 무한에 대하여 아주 조금씩 생각해 본다

만약 그 가는 길이 정녕 더 없이 좋은 길이라면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가는 마음이였으면 좋겠다

 

하루속히 짙게 드리운 마음의 그늘을 걷어내고 싶다.

 

 

 

 

엄마의 장독대

 

김은희

 

 

엄마의 된장 속에 같이 살아가는 고추

배운 것도 익힌 것도 아닌데

노래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웃고

세월이 와 있습니다.

그 깊이는 음식 속에 있습니다.

 

봄이 되면 나오기를 기다리는 고추

세월이 지나도 간은 남아

이야기는 익어갑니다.

 

장독대는 끝이 없어 외로웠던 길

세월이 말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사랑은 장독대에서 숙성됩니다.

 

 

   

 

가을여행

 

김은희

 

 

 

조금씩 높아만 가는 하늘에서

여름내 파랗던 잠자리가 이제는 익어서

고추잠자리가 하늘에 떼를 지어 날으는

모습에서 그렇게 서둘러 찾아오면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여름과 가을을 함께하는

나의 계절을 무한히 감동으로 받아들이며

시작되는 가을을 맘껏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의 눈부신 햇살과 차 한잔으로

세상에 내가 있음을 느끼기에 고맙다고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고개들어

가을 하늘을 봅니다.

 

    

 

 

  

이렇게 살고 싶다

 

김은희

 

 

 

오늘 하루가 있어 감사함을 알고

모자람을 채우는 내일이 있음을

조급함을 버리고 커피 한 잔 마주하며

평화롭게 미소 머금고 싶다

 

살다 때로 버거워지면

넉넉한 가슴에서

맘 놓고 울어도 편할 사람

만났음에 감사하고 싶다

 

바람처럼 살고 싶다

아직은 더 살아야 하지 않는가

흐를수록 낮아지는 산처럼 살고 싶다

 

작은것에 감사하고

적은것에 감사하며

조금씩 버리고 살고 싶다.

 

 

 

 

바다의 선물

 

김은희

 

 

그윽한 쪽빛으로 물든 가을 바다

갈매기는 길동무 되어주고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

소박함에 행복을 건져 올린다

 

가는 걸음 아쉬운 듯

꽃봉오리가 눈에 들어온다

아담한 봉우리들이 보이고

그 산새는 수려함의 극치로다

 

바위마다 이야기가 있고,

저마다, 생김새마다 전설이 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이야기를 내어낸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김은희

 

 

 

마음 한 조각 먹을 수 없다

꺼낼 수 없어 입을 수도 없다

 

마음이 밟힐때마다

마음이 깨어질 때마다 아픔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것이 잘도 밟힌다

깨어진 조각은 형체도 없이

나의 육신을 찌른다

 

마음 한 조각

한 땀의 차이

, 아리고 슬프다

 

겨울을 이긴 자만이 느끼는 봄의 기쁨처럼

마음의 작은 조각에 꽃을 심어

슬픔의 경계를 넘어야겠다

 

   

 

 

새벽아침

 

김은희

 

 

하루가 한 달처럼 길어 보이는 날

한밤중의 정류장은 낯설어 보인다

삼십분만 있으면 마감하는 공간에서

졸음이 가득 묻은 가로등은

정각 네시에 스르르 잠이 든다

새벽 댓바람부터 청소차는 알람을 울리고

시린 새벽을 마중하며 소리도 못내고

아침이슬과 인사를 한다.

시간표와 속도가 다른 사람들 속에서

내 걸음은 언젠가는 그 곳에 닿으리라

 

      

 

 

봄 마중

 

김은희

 

 

 

삼월 춘설도 봄비도

톡톡 꽃망울 터뜨리는 전주곡인가

삼백 예순 날 끌어 앉고 사는 우리들

눈부신 봄날을 마중한다

 

봄바람 불던 어느 날

그대의 입가에 머무는 미소가 좋아서

그대가 전해주던 봄꽃들이 향기로 와서

마냥 좋아 봄 길을 내딛는다

 

이제는 짧은 봄길인 것도 아닌 나이인데

흐드러진 꽃들이 더 가슴을 비우라고 한다

그대 기다림의 날들도

맑은 기쁨으로 여울진다

 

마음엔 온통 봄 꽃으로 가득한 날

그대의 이름을 부르면 어디서든 달려 가리라

오늘은 찬란한 봄빛 받으며

그대 봄마중을 간다.

  

 

 

 

밤 사냥

 

김은희

 

 

 

 

노랑 이파리

바람을 꿰매고 있다.

 

하얀 달을 담아서

변함없는 그곳에서 이야기 한다.

 

달빛에 버무려진 환하게 미소 짓는 시간

어둠은 납작하게 숨을 죽였다

 

밧줄이 닿은 시간 사이로

긴 줄을 통과하여 폐부를 점령했다

 

 

 

 

돼지 잡는 날

 

김 은 희

 

 

 

책상 위에 잘 모셔진

엄마돼지와 아기돼지 둘

언제나 늘 미소를 띄우며

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갈등이라는 칼을 들고

옆구리를 갈랐다

은색의 동그라미들이

크기에 맞춰서 숫자 놀이를 한다

내 안의 별을 보았다

 

자신의 미래를 모르는

해맑은 표정의 욕심 많은 돼지는

눈물의 웃음을 지었다.

 

 

      

 

김은희 약력

 

현대시학

한국 미소문학 발행인

2006내 마음의 간이역

한국 문화예술 문학부문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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