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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진연못에 두 손을 담그고 외1편 / 연명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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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09

 

▲     © 시인뉴스 Poem



묘진연못에 두 손을 담그고

 

연명지

 

 

 

 

푸른 파문들을 손금에 새기는 것은

묘진 연못으로 깃드는 얼굴을 앓는 것

 

그 출렁이는 우리의 기도

 

가미코지 숲속 묘진 연못에는 사랑을 켜는 할배가 산다 삼나무 할배가 하얗게 죽어 뿌리만 수장된 물무덤을 돌보며 살고 있다 비가 오면 같이 샤워를 하고 숨바꼭질하는 햇볕에 몸을 말리며 곤돌메기의 안부를 묻는다 달빛이 연못을 어루만지는 밤이면 연령초의 노래를 듣기 위해 집게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다가간다 요정들이 빚어놓은 꽃눈이 열리는 계절이면 번개에 뭉그러진 몸뚱어리로 다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오기도 한다

열두 번째 달이 오면 삼나무의 무릎에서 연한 싹들이 나와 흩어진다

숨을 열고 살던 날과 다르지 않게 이끼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바람의 세기를 기록하기도 한다 우기가 계속되는 어떤 날들에는 물에 잠겨 고사한 줄기만 남은 나무를 도닥이며 밤이 지나가는 걸 보기도 한다

그런 날 아침 물무덤에 엎드려 우는 삼나무 할배를 바람도 건드리지 않고 비껴 간다 묘진 연못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오는 이유는 수백 년이 흘러도 사랑을 잠그지 않는 할배 때문이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며 사는 풍경을 담아 내가 사는 빌딩 숲 속에 풀어

놓았다 싱싱한 별들 도착하는 소리 명랑하다

 

 

      

 

 

거기에

 

 

 

그 어떤 세밀화로도 못 그려낼 슬픔의 파고波高

블랙홀로 가는 거기

 

달려오는 밀렵꾼의 발바닥이 내 몸에 판화를 찍었어요

휘둥그런 눈동자 엄마를 찾아 부푸는 찰나

이세상이 단숨에 넘어갔어요

 

침묵이 슬픔을 일으켜 세우는 그곳에선

눈물로도 풀리지 않는 통증들이

사람들의 귀에 집을 짓고 살아요

 

이탈된 영혼들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귀의 주인들은

빙하가 내린 얼굴을 붙잡고

한 숨 한 숨 창자를 끊어내는 처절한 비명을 숨기지 않아요

 

가슴을 뜯으며 캐내는 통곡 끝에

노래 한곡으로 가족을 통제하던 내가

칠성판 위에 누워 있어요

삼베를 홀맺고.

 

 

 

 

 

 

 

 

 

연명지 약력

 

시문학 등단

시집:가시비』『사과처럼 앉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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