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천사는 후회를 모른다 /김지명시인

- 작게+ 크게

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04

 

▲     © 시인뉴스 Poem



 

천사는 후회를 모른다

-간벌

 

김지명

 

 

나무가 나무 밖으로 몰두한다

아이가 아이 밖으로 몰두한다

 

나무가 아이를 넘보다 나무를 놓치고 만다

아이가 나무를 만지작거리다 얼굴을 놓치고 만다

 

너무 종알대는 아이와는 반대편이라 좋은 나무

활개 치는 큰 나무와는 반대편이라 좋은 아이

 

서로 호의는 눈을 짚어 맴도는데

말도하기도 전에 두 손이 먼저 착해지는데

 

남의 생각을 내 생각처럼 지우고 마는

기울어진 지구에서는

 

쉽게 세상에 편입되지 못해

맑은 날에도 흐린 날에도 못 자라

해를 놓치고 달을 놓치고

풀꽃과 가시덩굴과 친해 못 자란

나무, 아이

 

초록을 먹어치운 그늘이

엄마를 먹어치운 그늘이

악의 없이도

덜 자란 사연을 골라내고 있다

 

외로움을 돌보지 못한 반대편에서

눈을 반짝이는 어린것들을 보세요

천진하다는 것은 저리 쉬운 일

 

바람에 걸어두어야 할 약속도 모르는

켜켜 쌓아두어야 할 후회도 모르는

잘 개어진 오후 2시 속으로

 

벌채 차량이 겨울을 퍼놓고 지나간다

엄마를 솎아낸 겨울이 천진불을 끌고 앞서 간다

 

 

 

 

 

 

 

   

 

 

천사의 몫

 

 

 

 

목련이 신부를 입고 입장하면

나무가 주춤거리는 장기들을 밖으로 꺼냈다

두 손 모아 당신의 밀도에 응답하는 촛불은 나란히

하루를 데치고 볶고 끓였던

하얀 포스트잇 인연들이

언제나 아이처럼 웃어라, 울어라

이파리 하나 없는 무대에 이파리들이 팔랑거리고

먼 데 있는 추운 생각들이 달려와 조용조용 입장을 세웠다

순간이 탕진에 가까울까 봐

눈이 내린다 손님처럼 입장해

예장을 갖춘 촛불 켠 신부에게 촛농처럼 떨어진다

신부의 순수한 눈빛이 과오가 된 듯이 눈이 내린다

멈추지 않을 것 같은 산책을 외면하는 기상쯤으로 읽을까

천사에게 선악의 분별 보다 귀한 게 겨드랑이에 쓰인 흰 글씨

사랑노동자로 살래요

환호와 뒷짐 속으로 퇴장하는 천사의 흥얼흥얼

엔딩크레딧

 

 

 

 

 

 

 

   

서울에서 출생. 인하대학교 사회교육과 졸업.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수료.

2013매일신문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쇼펜하우어 필경사(천년의시작, 2015)가 있음.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Share on Google+ band URL복사
URL 복사
x
  • 위에의 URL을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PC버전

Copyright ⓒ 시인뉴스 포엠.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