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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있어 슬픈 외1편 / 이여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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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7-01

 

 

    

 

 

▲     © 시인뉴스 Poem



날개가 있어 슬픈

 

 

구경꾼들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꽃무늬 커튼을 펼친 것

둥근 보석을 꿰어 늘어뜨린 것 같은

날개 덮어쓴 공작새

 

흰 뼈로 죽은 느릅나무 곁에

흙 묻은 꼬리 끌며 바깥을 응시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은 도롱이처럼 둘러친 날개

한 가닥 바람 새장 안을 돌아 나올 때도

날개의 몸 비틀거렸다

 

몸뚱어리는 왜 날개에 붙어 있나

날개는 왜 몸뚱어리를 붙잡고 있나

날개 바깥으로 나올 수 없다

 

날아가기에 새장은 너무 깊은 공간일까

그에게 새집을 내줄 수 없구나

 

화안火眼이 박힌 천사의 깃털

악마의 목소리, 도둑의 지혜를 가졌다는 새여

보석에 파묻힌 여인 같은

 

모이 훔쳐 쪼고 버드나무 위로 날아가는 참새 한 마리

 

 

 

 

갓바위에서 절하기

 

 

 

 

 

메고 간 가방 풀어

향과 양초 공양미를 아내 손에 건넨다

 

향 서너 개 불붙이고

앞서 누군가 행한 것처럼

수많은 촛불 속 내 촛불 꽂는다

 

몇 걸음 물러 나와

무얼 잡을 듯 공중에 두 손 모으고

가슴에 가져온 후 팔 뻗고 절을 한다

두 손 뒤집어 조금 들어 올린다

소원이 손바닥 위에 고요히 올려지듯

 

아무도 모르게 얻을 수 없다는 듯

보여 준다 무슨 소원 얻은 것일까

 

아무것도 없다

다시 거두곤 일어나 또 절한다

손바닥 들어 올린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 아내의 손

수많은 날, 수많은 손바닥

향불꼬리같이 흐르는 저 손끝을 위해

나는 여태 무엇 했나

 

아무것도 없는 빈 가방

아내 모습만 가득 담아 내려온다

   

 

 

 

 

약력 : 이여명

경주출생, 2004년 농민신문신춘문예 등단

시집 : 말뚝』 『가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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