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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비름같이 외1편 / 임영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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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6-25

 

▲     © 시인뉴스 Poem



쇠비름같이



임영석

 


쇠비름은
뽑아도 뽑아도 죽지 않는 지혜를 지녀
소름 끼치도록 무서운 말을 한다


체면을 앞세우고
논리를 앞세우고
어제의 이기적인 본능에서
삐틀어진 입을 봉하지 못하는 자에게
복종을 강요한다고 해서
죽은 자가 살고
산 자가 죽지는 않는다 다만


쇠비름 앞에 죽음은 허허로운 것,
깨진 병처럼 더욱더 날카롭게 눈떠서
목숨을 번성시키는 일만이
우리들의 숙명이요 이 시대의 말라비틀어진
민주주의를 일어서게 하는 것이다


보아라 쇠비름은
서푼어치도 안 되는 잡초로 뿌리박고 살면서
썩어 제 몸에 살을 내리고
뽑히면 뽑힐수록 뿌리째 일어서서
끝끝내 목숨을 지탱하지 않는가


아아 그대들의 잇따른 분신 항쟁에
무엇이 뚜렷하게 남아 있는가
지금은 살아서 굳게 뭉쳐진 눈 덩어리처럼
고목을 꽝꽝 울리는 올곧은 메아리를
이 세상에 쏟아부어야 할 때다


피를 흘리고 진흙투성이가 될지언정
목숨은 신의 망각이 없는 한
쇠비름같이 쇠비름같이
끝까지 살아서 진실을 말해야 한다

 

 

 

   

 

 

세 상 읽 기 8

 


馬耳山에 가니
이갑룡 선생이 앉아
어서 오라 한다

속세에서 헛되이 들은 것
나처럼 다 버리고
돌탑을 배경 삼아
사진이나 한 장 찍자고 한다

쯤 안개에 서리어
만 보이는데
아무 탈 없으니
바람 소리나 듣자고 한다

선생의 성화에 못 이겨
잠시 마주 앉았는데
"을 보러 왔나
자네 자신을 보러 왔나" 묻길래
도 아니요 나도 아닌
기다림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선생은 지그시 눈을 감더니
"거참 난세로군
젊은이가 기다리면 늙는 것밖에 없는데……"
두어 번 혀를 차며 말씀하시더니
馬耳山을 바라본다

돌아오는 길에
馬耳山 바람소리를
몰래 귀에 담아 오는데
"그놈 욕심도 많군"하며 웃으신다

 

 

 

 

임영석

1985현대시조봄호 2회 천료 등단,

시집으로 받아쓰기5권 시조집으로 꽃불2

시론집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시인, 시조선집 고양이 걸음이 있다

2011년 제1회 시조세계문학상과 2017년 제15회 천상병귀천문학상 우수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2009), 강원문화재단 (2012, 16, 18),

원주문화재단(2018)에서 각각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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