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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높은 곳을 향하여외 1편 / 손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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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6-24

 

▲     © 시인뉴스 Poem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먼저가신 오빠를 보내며

 

 

그리고 …… ,

장례식장에

묵직한 기류가 흐르는

긴 통로의 숨죽인 이별이

즐비한 화환들로 쓸쓸했다

 

붙잡고 있기에는 하찮은

직립의 생이 무너지고

흔들리지 않겠다던 맹세조차

말없음표 몇 줄로 흐릿해졌다

 

그러나 어둠을 밝히는

달의 지느러미에 걸린 소망을 보았다

눈을 질끈 감고

저 높은 곳에 난 작은 길을 향하여

그 분의 말씀의 부여잡고 앞을 보고 걷다가도

흔들리다 넘어지기를 수 백 번

왜냐고 묻지 마라,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지금

세상 유혹 다 뿌리치고

여름 볕살 수 만장 모여드는 숲에 들어

한 줌의 재로 청청한 소나무 뿌리에 스며

튼실한 나무로 자라 그늘을 만들어 쉼터를 내어주고

새들이 깃들 수 있는 나뭇가지가 되어 줄

아름다운 이별 앞에 답한다 오빠

사랑합니다.

 

 

 

 

무섬에 들어

 

 

영주 무섬마을에 들었다

물길 굽이쳐 흐르는 내성천

외나무다리를 건넜다

곡선의 유연함을 지닌 채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성큼한 보폭

조심스럽게 비켜가는

어느 유생의 도포자락과 스치는 순간

내 정념의

도화선이 수선거리기 시작했다

생애 한번이라도

진심을 다해 누굴 사랑해 본 적 없는 풋 가슴

방망이질만 하다가

백사장 섶에 핀 양귀비 꽃무리에

달뜬 마음만 벌겋게 흔들리고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무심하게 가는 사람

물그림자 위로 첨벙첨벙 뛰어드는

날 선 기침소리만

카랑카랑 흐르고 있었다

 

 

 

 

 

 

 

약력

 

시인. 시낭송가

한국문인협회 협력위원. 국제pen한국지부 회원. 문학의 집 서울회원

사임당문학 회장. 벼리동인 회장

시집 : 가끔 꽃물이 스민다(2005), 그 외딴 집(2008)

수상 : 경기도 문학상. 포스터모던 작품상. 사임당문학상. 중랑문학대상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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