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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의 무덤 외 1편 / 박상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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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6-10

 

▲     © 시인뉴스 Poem



 
ㅡ 발의 무덤 ㅡ
 
                                                박상조
 
 
철커덩, 철커덩 밤 깊은 지하철에 홀로서면 
어느새 산티아고 같은 열차는 들어오고 
노오란 정지선에 멈춘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 긴 순례를 보네 
 
어쩌다 우리 이렇게 늦은 밤 
화석으로 굳어가는 온몸을 웅크린 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묘지처럼 부어가는 저 발들을 보고 있는 것 
 
어느덧 요람에서 무덤까지 
낯선 푯말들이 덩그러니 길 위에 박혀오면 
수천 개의 무릅 밑으로 수천 개의 부르튼 물집들이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오독을 읽히는 것 
 
절대 이름만은 놓지 않겠다고 
기어이 늦가을 꼭지처럼 육신을 말리고 마는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건지 
어디가 종착역 인지 
밤기차는 정신없이 달리는데 
 
하루에도 수십 번 간사한 성호를 그어대며 
저 거룩한 성당에도 
이름 하나 올리지 못한 우리가 
 
자신의 종아리를 걷고 눈물을 쏟아내는 
어느 죄인의 고해성사처럼 
덜컹거리며 가는 이 자리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기도가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ㅡ 낮술 ㅡ
 
                                         박상조
 
일단
울타리 안의 거룩한 공기를 지배하는
사이코패스의 멱살을 잡고 
나비같이 날아 벌같이 쏜다
시원하게,
 
그리고
울타리 소유주의 문을 덜커덩 열어젖힌 뒤
소득 배분의 법칙과
양심과 배려에 대하여
 
왼쪽 가슴에 항상 눌러두었던
애틋한 가족사를 잠시 내려놓고
입속의 모든 오물들을 시원하게 쏟아붓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목 슈퍼에 앉아
강소주 한 잔을 그득하게 따르고
전화기를 든다
 
여보, 나 만나서 고생이 참 많으네.
 
 
 
 
 
65년 대구 출생
문학의봄작가회 등단 
현재 대전에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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