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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휴일 외1편 / 이 서 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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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6-08

 

▲     © 시인뉴스 Poem



빈 휴일 / 이 서 빈

 

 

 

공휴일엔 계란의 안쪽도 비어있다.

저울의 무게에서 파르르 떨리는 값만 지불하는 것은

공휴일의 셈법

 

공휴일에 태어난 언니는 여전히 배가 비어있고

배를 채우기 위해 철야기도에 매달린 뱃속엔

태동 없는 은총만 가득하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자들이 십자가를 향하고 목사님이 바쁘고 성

경에 밑줄이 그어지고 딸기는 닝닝한 맛으로 붉고 싱싱한 장미꽃이파

리를 뜯어내며 시간은 질주하고 찬송가는 열광하고 아멘이 합창한다.

 

공휴일 거리는 회계보다 쓸쓸하다

먼 곳들이 술렁이고 재무제표로 부풀었다 빠지는

계기판의 기록으로 줄어드는 휴일의 오후

 

슬리퍼가 고단한 날. 헐렁한 무릎은 더 튀어나오고 구름은 연체되고

쿠션 좋은 소파를 구르는 게으름 늘어진 낮잠 속으로 비가 내린다.

 

각자의 놀이에서 각자의 바깥이 생기고

텅 빈 휴일이 저문다.

죽은 나이들을 따져보면 다 공휴일로 채워져 있다.

없는 사람들, 다 놀러갔다.

 

 

 

 

 

그림자 짜기 / 이 서 빈

 

 

 

날씨는 추위·더위를 올올 짠다.

체온으로 방위를 오르락내리락 한다.

사람과 사람을

나뭇잎이나 꽃들 온갖 사물들을 다 짠다.

 

바다는 밀물썰물로 돛과 그물 물결무늬와 물살을 짠다. 어떤 가뭄이나 홍수에도 마르거나 넘치는 일없이 은빛젖줄로 오묘를 짠다. 들판은 꽃과 열매를 새소리를 벌레울음 물소리를 꽃진자리 매미날갤 돌며 여름갈 건너와 찬겨울 숨어지내다가 식목일 초록모시를 짠다.

 

가난은 옷을 가마니를 남루를

무분별을 허튼수작을 巧妙교묘히 짠다.

 

허공은 풋것들을, 떨떠름한것들을 탱글탱글하게 날개부리들까지 공양 삼아 다 짠다. 손끝에 나이테 새겨 주는 普施 부처에게 합장하는 중생들은 날기만을 소원하고, 날것들은 인간으로 환생하는 輪回를 쥐어짜는 중이다.

 

名醫의 의술은 처방끝이다.

그림자를 찾는 일이다.

가던 길이 뚝, 부러지면 그것으로 을 짤 것이다.

 

어릴 적 그림자밟기 놀이에서

내몸을 빠져나온 그림자를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

그림자밟기놀이에만 열중하다 남의 날이 저물었듯

이리 짜고 저리 짜고

짜고 또 짜보지만, 소금만큼 짠 광물질은 아예 없는

소태같은 날들 많이도 투정부리고 싶었다.

 

 

 

 

 

 

-이서빈 약력

 

*경북 영주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

*저서: 『달의 이동경로』 『저토록 완연한 뒷모습

*한국 문인 협회 인성교육 위원

*한국 펜클럽 회원

*‘남과 다른 시 쓰기시창작반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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