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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김지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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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6-07

 

▲     © 시인뉴스 Poem



 

 

 

어둑한 부엌에 쪼그려 앉아 김을 굽는다

 

짠물 뒤집어 쓴 순비기나무 향이 코끝을 스친다

 

화양바다에 살던 멸치잡이 아버지

 

엄마는 솔가지에 참기름 묻혀 해우*에 바르셨다

 

바짓가랑이 붙잡는 질긴 가난에

 

활활 타오르는 아궁이 앞에서 짜디짠 눈물을 김 위에 뿌리셨다

 

눈물 젖은 날 김 살살 흔들어 거칠었던 아버지의 바다를 달래고

 

소금꽃 핀 채 부풀어 오르는 슬픔 이쑤시개 하나로 잠재우곤 하셨다

 

어느 것 하나 잠재우지 못한 나는

 

이루지 못한 욕망들 모래성처럼 쌓일 때마다

 

섬 하나를 가슴속에 앉힌다

 

내뱉지 못한 숨이 명치부터 만조滿朝에 잠긴다

 

 

 

 

*김을 뜻하는 전라도 여수 사투리.

 

 

 

 

 

 

조개탕을 끓이다

 

낡은 양푼에 조개를 씻는다

남김없이 실토하라고

냄비에 담고 불 위에 올린다

닦달한 바다가 넘칠까 그 앞을 떠나지 못한다

과거는 통증이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처음부터

천둥소리를 낸다

단단하고 쫄깃한 언어의 살이

따닥따닥 닫힌 빗장을 여는 소리

말하고 싶었던 것, 말할 수 없던 것들로

버무려진 오랜 말의 가뭄

본심을 한 술 뜬다

아직 열리지 않는 저 불안한 것들

아직 토해내지 못한 질퍽한 기억들

자백을 받아낸 국물이 뽀얗다

 

 

 

 

 

김지란 약력

 

전남 여수 출생

2016시와 문화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숲속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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