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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몸 냄새외 1편 / 황현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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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기자
기사입력 2019-05-27

▲     © 시인뉴스 Poem



 

 

아버지의 몸 냄새

황현중



나는 뒤끝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뒷간에 일보러 갔다가 향기로운 비누에 손을 깨끗이 씻고 나오지만, 향기로운 그 냄새의 끝에서 슬쩍 잡히는 뒷간 냄새를 나는 용케도 알아차리고는 그를 미워하게 되는 것인데, 그의 죄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뒷간 냄새를 감쪽같이 감춘, 향기롭지만 도시 향기로울 수만은 없는 그의 뒤끝을 미워하는 거야

아버지는 똥 친 손을 바지 가랑이에 쓱쓱 문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진짓상을 받으셨지 그런데도 아버지의 냄새는 늘 향기로웠어 정말야! 무말랭이 같은 아버지였으니까 무와 햇볕이 전부인 무말랭이 같은 아버지에게 무슨 뒤끝이, 감출 죄가 있었을까 아버지에게 죄가 있었다면 뼈빠지게 일했던 것뿐이지 무말랭이같이 바싹 마른 아버지의 몸에서는 땅에 엎드린 구수한 흙내와 햇살로 달군 구릿빛 땀내가 났지 글이나 말로써는 닿을 수 없는 도저(道底), 아버지의 주름진 이마에 감돌던 햇살과 햇살에 뒤섞인 아리고 슬픈 맛, 막된장 냄새 뭉긋한 아버지의 깊고 넓은 땅심이 나를 눈 틔우고 자라게 했지 텅 빈 내 가슴과 머리를 가득 채웠지 천박한 향수로 죄를 감추고 사는 얼간이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죄 없는 아버지의 몸 냄새 그리운 똥 냄새, 그랬던 거야 눈물 나......



어머니 없는 어버이날에

황현중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에게서는
시가 나오지 않아요
울음이 먼저 나와요
그리운 어머니는 여기 없는데
시가 다 무슨 소용인가요
그래도, 불효자식의 슬픈 입술로
어설픈 시를 노래하면
배-시-시 웃을 것만 같은
오늘은 어버이날,
그리운 어머니는 곁에 없는데
아들이 챙긴 카네이션 한 송이로
어머니 없는 어버이날에
아버지가 되었답니다
배냇니에 젖을 물고
코 수건에 이름표 달던 어린 가슴,
이 못난 아들이
이제 아버지랍니다
아직도 쓸데없는 것에 눈 멀고
한 잔 술에 슬픔을 끼얹어
무명의 하늘에서 허공을 긁는
서러운 아버지랍니다
온종일 땅을 파며
갈퀴 손에 하얀 머릿수건 데리고
해거름 속 아득히 사라진
어머니, 오늘은 내 곁으로 오세요.

 

 

 

 


 (작가 약력)
전북 부안 출생
한국시사문단에 시와 평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사문단 신인상 심사위원
제6회 북한강문학상 수상
시집 <조용히 웃는다>, <너를 흔드는 파문이 좋은 거야> 
산문집 <딴짓 여로> 
현재 전북 무주우체국장으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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