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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보로스 / 박수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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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제 기자
기사입력 2019-04-12

 

 

 

우로보로스

 

 

 클레오파트라는 진주를 식초에 녹여 먹었다 양귀비의 피부는 어린아이의 맑은 오줌 덕분이다 태반주사를 맞고 곰쓸개를 먹고 사슴피를 마시는 사람들 모피코트에는 수백 마리의 붉은 피가 스며있다 반려견 재롱이는 목소리를 거세당하고 네팔산 카펫에는 미처 자라지 못한 시커먼 손톱들이 박혀있다 일류기업에서 별을 단 임원은 0.2%이며 60%는 소리 없이 사라진다

 

곳곳의 우로보로스(Ouroboros)*

문명은 깨뜨리며 지탱하는 킬링필드

 

오늘도 알람을 맞춘다

시간 속으로 나를 돌려보내거나 나를 꺼내거나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 세상

 

나는 어릴 때 오종종 봉숭아 물들이고

지금은 지갑에 물들고

훗날에는 무엇에 물들까

 

눈을 뜨는 순간

굴레의 세계는 찢겨진다

 

* 커다란 뱀 또는 용이 자신의 꼬리를 물고 삼키는 형상으로 원형을 이루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백에 기대어

 

 

징소리가 길을 연다

치마폭을 감싸던 손에서 장단이 시작된다

누군가를 부르는 듯 아니 떠나보내는 듯

저 구음시나위는 남자 아니고 여자도 아닌 중음의 울림

 

백자가 놓인 방

부채가 놓인 겨울밤을 연상한다

 

손으로 부채를 파닥이자 커튼이 부풀며 창문이 덜컹

오래 불 밝히고 사라진 이

얼굴이 눌리고 목이 잘리며 아으아아허

 

새의 지저귐이 벽을 물렁하게 할 것이다

틈새 숨겨진 칼날 같은 깃

천장으로 솟아오르다가 주저앉는 죽지

피 묻은 부리의 슬기둥

 

나는 두 손을 모은다

이루어진 소원은 이미 소원이 아니므로

맺힌 사연이 언어 이전의 음악이 되므로

 

 

 

 

 

 

 

 

 

 

 

 

박수빈 시인

전남 광주 출생, 2004년 시집달콤한 독으로 작품 활동 시작, <열린 시학> 평론 등단, 시집청동울음, 평론집스프링 시학, 다양성의 시, 연구서 반복과 변주의 시세계, 상명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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