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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 김은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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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제 기자
기사입력 2019-04-10

 

투명인간

 

 

지퍼를 세게 올린다 삐져나온 감정이 목젖을 물어뜯는다

점퍼 속에 오리 울음이 가득하다

 

점퍼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싸구려 방식을 향해 삼거리 편의점 불빛이 컹컹 짖는다 찌그러진 냄비 속에서 오리의 꿈이 식어간다

 

내가 기르던 오리들이 모두 객사했다 비가 오면 공룡은 우산을 삼켜버린다 툭 하면 뒤통수치는 세상, 뛰어봐야 한통속 애인이 먹여주는 밥에서 공룡의 똥냄새가 난다

 

세수할 때 콧구멍을 찌르는 새끼손가락, 약속 같은 것은 하지 마! 허기로 쌓아 올린 벽이 쩍, 입 벌리면 죽은 시계나 던져줘라

 

아스팔트 위에 오리들이 쏟아진다 물음표에 부딪혀 죽은 어머니를 업고 빙빙 돈다 넘어간 트럭 짐칸에서 붉은 달이 떠오른다

 

눈물은 어디서부터 단단한 뼈가 되는지 내 중심은 왜 이렇게 물컹물컹한지 평생 뒤뚱거렸으나 어제가 떨어지지 않는다

  

빌딩 높이로 쌓인 어둠의 네모난 입들이 꽥꽥거린다

 

 

 

 

 

 

 

 

 

 

 

 

잠의 행방을 추궁한다

 

 

잠을 타고 멀리 가야 한다

 

강박증 냄새나는 이 문장을 어느 낯선 여인숙 때 묻은 베개 밑에 묻고 와야 하나?

밤과 꿈 사이에 차마고도, 음악이 덜컹거리는,

 

깨진 백미러 속으로 허겁지겁 험한 풍경이 달려온다

 

잠들지 않는 호수가 물고기와 빵을 기다린다

목이 긴 꽃병이 잠에게 바치는 꽃의 이름은 로즈메리

 

지난밤은 슈퍼맨처럼 비행기 날개 위에 서서 날다가 꿈 밖으로 추락했다 회수된 블랙박스는 쉽게 해독되었다 전립선 비대증을 혐오하는 아프가니스탄 산악 반군들의 스팅어 미사일이 나의 심장을 겨누었다

고통은 누군가 너를 슬퍼하는 것이라고 바스락거리는 달, 무덤 속 파피루스처럼 잠의 그림자가 희미하다

 

꿈이 비대해진 게 보이지요?” 의사는 부풀어 오른 내 보랏빛 꿈의 회로를 열어 보였다 잠은 불면기행(紀行) 파일에 저장되었다 애증의 화석들 박혀 꿈틀거리는 터널이 나를 불협화음으로 연주한다

 

잠을 수리하기 위해 전화를 건다 잠은 계속 통화 중,

 

듣지 못하는 귀를 주렁주렁 단 사람들의 도시를 여행한 적이 있다 어둠을 뚫고 날아든 새의 부리가 콕콕, 잠의 행방을 추궁한다

 

 

 

 

 

 

 

 

 

김은호 시인

경남 진해 출생. 한국 외국어대 스페인어과 졸업.

2015년 계간<시와소금>으로 등단.

시집슈나우저를 읽다, 2018.5. <문학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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