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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엘레지 꽃
풀도 외로울 땐 하늘을 향하여
시린 가슴을 열고
그리움이 지치면 풀도 몸속에
지워진 추억을 깁는다
하늘이 열리면 물은 잠에서 깨어
빈곤한 삶의 두레박을 드리우고
단 하루를 살기 위하여
바람 앞에서 황홀하게 춤을 추었다
잊어라, 하루를 사는 길이면
단 하나 목숨도 버려야 한다.
2. 하늘에 별이 되는 아픔
얼마나 아팠을까, 하늘에 별이 되는 그 순간
마지막 바라보던 하늘은 백지처럼 하얀 하였을까?
모든 빛이 사라지듯 캄캄하였을까?
즐거워야 할 어린이날에 텔레비전 앞에서 울컥 운다
차 안에서 발견된 일가족의 죽음을 생각하며
하늘에 별이 된 네 개 별들을 생각한다
뜨거운 주물공장에서 실직한 아빠와
전화상담실에서 삶의 끈을 놓친 엄마, 그리고
유아원에서 늦도록 엄마를 기다리던 두 남매
밤이 되면 헤어날 수 없는 어둠처럼
천 근 만근 바윗돌로 짓누르던 빚덩이와
지옥 끝까지 쫓아온 악마 같은 고난의 날들
오월도 푸르른 어린이날에
사랑하기에,
사랑스럽기에,
그들은 별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네 살 아들을 굳게 부둥켜안은 아빠와
마지막 순간까지 뛰는 심장 소리를 들려주려고
두 살배기 딸을 가슴으로 껴안은 엄마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길이 수없이 많지만
별이 될 그 길밖에 볼 수 없던 막다른 길에서
그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오월도 푸르다던 어린이날에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너무도 사랑스러웠기에,
그들은 모두 별이 될 수밖에 없었을까?
※별이 된 시흥시 네 가족에게 슬픔을 전합니다.
이화인 약력
전라북도 김제 출신(1950)
전북대학교 기계과 졸업, 한양대학교 대학원(석사)
2003년 계간 현대시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시집 『그리움은 오늘도 까치밥으로 남아』 『길 위에서 길을 잃다』
『묵언 한 수저』 『가벼운 입술소리』
수필집 『쉰여덟에 떠난 Nepal 인도』
임화문학상(2006), 현대시문학상(2011), 제주4.3기념일작사상(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