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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그늘에서 외 1편/ 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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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기자
기사입력 2021-05-10

 

 

 

 

나무 그늘에서

 

 

5월 한나절

몸살로 새겨진 상수리나무 밑

나의 그림자

얕게 깔리고 있습니다.

 

사람들 몰려가는 줄에 서 있다가

내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흔들리고 흔들리고

웃자란 말들 버리지 못한 채

스스로 목소리 높이지 아니하는

상수리나무 그늘에 섰습니다.

 

햇빛 아래서는 그림자로

비구름 아래서는 우산으로 받쳐 주는

쉰 목소리로 달려와도

고향 사투리로 만날 수 있는

그대 앞에 섰습니다.

 

봉두난발 나의 모습

이제, 이마 닦으며 일어서서 그대처럼

모든 것 참아내는 나무이고 싶습니다.

이웃 위해 그늘이고 싶습니다.

 

 

 

대변항

 

 

대변항으로 가는 길엔

함지박마다 봄을 가득 담아 에누리 한다

잘 익은 딸기와 개구리참외들이

눈도장 찍어대며

호객행위를 하고

하얀 종아리 들어내고 있는 알타리 무와

진흙 밭에서 잔뼈가 굵은 쪽파들이

나른한 오후를 손질한다

방파제엔 기운 센 파도가 고를 외쳐대며

패를 돌리고 있다

덜 마른 오징어가

석쇠 위에서

몸을 뒤 트는 대변항엔

군데군데 그물을 털고 있는

멸치 떼

비릿한 바다를 풀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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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경 시인

경남 거창 출생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석사 졸업

1993심상등단

시집 높이 올라간 것은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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