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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를 마시다 외 1편/ 이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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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애 기자
기사입력 2021-05-10

 

 

 

 

빗소리를 마시다

 

 

찻잔에 빗소리를 부으니

동심원 그리는 빗방울처럼 당신 웃음 담긴다

 

녹슨 주전자에도 물 끓기 시작하고

딱딱해진 설탕이 녹는다

 

젖은 어깨에 대한 안부 묻지 못했는데

너무 일찍 몸 비운 당신

 

뒤섞인 기억 추슬러

함께 빗소리를 마신다

 

흔들리는 의자처럼 삐걱거리는 저녁이

한 모금씩 젖는다

 

빗물처럼 고여있던 당신 그림자

이제야 별자리로 돌아서고

 

탁자 위 무덤 같던 화분은

잊었던 노래를 찾는다

 

오늘은 아프다는 말, 해도 괜찮다

 

 

 

화분  

 

 

새잎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제 막 연두의 말을 배우고

사람의 말 잊기로 했는데

 

검은 손가락이 다가와

사람의 말도 연두의 말도 모르는 듯

흙을 꾹꾹 눌렀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겠노라며

넘치도록 물을 부었습니다

 

물구멍이 없는 나

새잎에겐 치사량이 넘을 텐데

모든 기공을 열어 빨아들였으나

 

연두의 말은 물러지기 시작했고

차가운 사람의 말이 살아났습니다

 

새잎과 나, 서로를 느끼는 고요함이

필요했을 뿐인데

 

검은 손가락은 최선이라는 듯

손부채를 부치고 또 부쳐 주었지만

 

최선이라는 게 있긴 있는 걸까요

무심히 바라보다 그대로 두는 일은 어떤가요

화분은 결국 시간의 무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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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은 시인

2014애지로 등단

2018년 대전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밤의 수족관

7회 정읍사 문학상 대상(본명 이은희)

서울디카시인협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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